The JoongAng
2026년 01월 27일 (화)
종합 16면
“환자에게 이득인가 따져라, 그러면 실패 없다” 인천보훈병원장 소신
윤정로 병원장 보훈병원서 22년
“나라 지킨 분 치료, 자부심 가질 일”
“의사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. 보훈병원으로 오십시오. 돈은 많이 못 드립니다. 그러나 의사가 왜 존재하는지 알게 해드리겠습니다.”
지난 14일 진행된 국가보훈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나온 이 발언은 화제가 됐다. 발언의 주인공은 올해 1월 취임한 윤정로 인천보훈병원장이다. 그의 호소를 두고 의료계에선 ‘싼값에 의사를 부리려 한다’는 비판도 나왔다.
[사진 설명] 지난 14일 보훈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윤정로 병원장. [국가보훈부 유튜브 캡처]
윤 원장은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“보훈병원 의료진에 힘을 주고,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리고 싶었다”고 발언 배경을 밝혔다. 윤 원장은 “임금을 많이 받는 만큼 의사는 더 벌어다 줘야 한다”며 “돈을 쫓아도 만족은 없다는 뜻에서 후배들에게 ‘그 끝은 지옥’이라는 설명을 한 것”이라고 설명했다.
국가유공자 등 국가보훈대상자가 무료로 이용하는 보훈병원은 전국에 모두 6곳. 윤 원장이 이끄는 인천보훈병원은 연간 입원 환자 3만5000명, 외래 환자 17만 명을 진료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.
그러나 민간병원보다 낮은 보수로 의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. 15개 진료과 중 12개 과는 의사가 1명뿐이라 의료진 피로도가 심한 편이다. 신경외과 등 5자리가 비어있다.
정형외과 전문의인 윤 원장은 22년 넘게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근무했다. 2023년 민간병원에서 약 1년간 일했지만, 다시 돌아왔다. 윤 원장은 “인간 대 인간으로 가슴이 저릿하게 느껴지는 환자를 만날 확률은 보훈병원이 훨씬 높다”며 “진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치료 결과가 좋았을 때 환자가 짓는 표정은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. 환자의 기쁨이 의사에게 전해지는 순간은 정말 소중한 경험”이라고 말했다.
윤 원장은 “의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”고 말했다. 그는 “그렇다고 의사가 무조건 자신을 희생하라는 뜻이 아니다”라며 “환자에게 이득이 되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실패할 일이 없다는 것”이라고 덧붙였다.
윤 원장은 업무보고 당시 고(故) 하권익 전 서울보훈병원장의 말을 인용해 “보훈병원이 일류여야 나라가 일류가 된다”며 “나라를 지킨 분들을 치료하는 병원이니,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의료진이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”고 밝혔다.
채혜선 기자